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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가 대학원을 졸업했을 때, 코로나 19의 여파로 취업이 쉽지 않았다.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통과하지 못했고, 간신히 면접에 도달해도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다. 일부 회사는 '압박'이라는 이름의 공격을 했고, 웃으면서 헤어졌지만 연락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회사를 다니는 지금도 간혹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본 기자가 대학원을 졸업했을 때, 코로나 19의 여파로 취업이 쉽지 않았다.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통과하지 못했고, 간신히 면접에 도달해도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다. 일부 회사는 '압박'이라는 이름의 공격을 했고, 웃으면서 헤어졌지만 연락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회사를 다니는 지금도 간혹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게임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처음 봤을 때 그랬던 과거가 생각났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찜 목록에 넣어뒀고, 출시 후 플레이를 시작했다. 쉽지는 않았다. 높은 난도와 우울한 스토리가 지치게 만들었고, 로그라이크 치고는 긴 플레이타임에 피로를 느꼈다. 그럼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인디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시 영상 (영상출처: 노 모어 로봇 공식 유튜브 채널)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락을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페이퍼 플리즈'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로그라이크게임이다. 플레이어는 15차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지역 인재 특별 전형으로 수습 면접관에 발탁된다. 업무는 회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이들이 조건에 부합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부합하지 않는다면 불합격, 부합한다면 합격이다.
업무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초반에는 '공도 대학교' 출신만 합격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타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인원도 조건에 따라 합격이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이 조건이 다음날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날까지는 졸업증, 체류 허가증, 영주권 모두 유효한 신분증으로 인정됐는데, 당장 다음날 지침이 바뀌어 영주권과 졸업증만 허용되기도 한다.
▲ '나라의 일꾼이 되기를 빕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보 면접관이 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제한된 시간 동안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더 복잡해진다. 특히 불합격자 대부분은 위조 문서를 가져오며, 학교와 기업 엠블럼부터 이름까지 다양하게 바꾸며 플레이어를 농락한다. 특히 주인공은 정확하게 판단한 면접당 보수를 받으며, 이를 통해 집세 등을 지불하거나 소모품을 구매해야 한다. 자금 압박은 판단력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 중 하나로, 만약 초심자라면 '스토리 모드'에 해당하는 '자금 지원'을 받기를 추천한다.
이런 복잡한 플레이와 더불어 긴 플레이타임이 단점이다. 초기 일반 난도 플레이로 끝까지 진행할 경우 약 5시간이 소요되고, 숙달된 후에도 3시간은 필요하다. 특히 중반부에는 '인터뷰' 요소가 열린 후부터 체크해야할 요소들이 지나치게 많아져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세이브는 지원하지만,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진짜 면접관이 된 듯한 노동 강도가 플레이를 꺼리게 만든다.
▲ 집세 내시오, 돈이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30일간 쉼 없이 이어지는 노동 (사진: 게임메카 촬영)
로그라이크의 탈을 쓴 스토리게임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로그라이크의 탈을 쓴 스토리게임이다. 게임 초기 캐릭터들의 이름이 'C46' 등 일련번호처럼 보여 마치 자동생성처럼 느껴지지만, 이들 중 일부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사회 번호 'A84'는 큰 안경을 낀 항주전문대생이다. 3일 연속으로 면접을 보러 오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추가되는 조건에 걸려 모두 탈락한다. 3일차 A84는 '너희들은 희망 고문만 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면접관을 공격한다.
각각 캐릭터뿐만 아니라 세계관에는 거대한 비밀과 함께 지역 갈등도 다뤄진다. 주인공 회사는 '공도 그룹'으로 '공도' 지역에 위치했으며, '공도' 관련 대학 및 출신자에게 혜택을 준다. 반면 주인공의 출신지이기도 한 '항주'는 경쟁 지역으로 묘사되는데, 공도 지역과 공도 그룹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피해를 입히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항주 자치회'라는 단체는 암시장을 운영하며, 주인공에게 접촉하거나 공도 그룹에 스파이를 파견하기도 한다.
▲ '너희들은 나를 모욕했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어떻게 침입한거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을 진행하며 누구의 요구를 수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분기가 나뉜다. 예를 들어 다소 자신감 넘치는 청년 K88의 요구를 수용하다보면 공도 그룹과 세계관에 담긴 어두운 진실을 깨닫게 된다. 항주 자치회의 요구를 따르면 관련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특정 아이템을 구매하면 주인공의 여동생이나 고향 친구도 면접 대상으로 만날 수 있다. 이런 섬세한 스토리가 살아있는 듯한 세계관을 완성한다.
다만 다소 긴 플레이 타임 때문에 모든 엔딩을 감상하는 것이 어렵게 다가온다. 4개 이상의 결말이 준비됐는데, 각각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처음부터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분기에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간혹 상황이 꼬이면 결국 다시 시작해야 한다. 스킵 기능이 도입되거나 더 빠른 진행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다.
▲ 자신감 넘치는 청년, 탈락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수많은 탈락 사유와 문서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고통과 무뎌짐
살면서 면접을 보고 떨어지거나 합격한 경험은 있지만, 면접관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떨어뜨려 보는 것은 처음이다. 처음에는 다소 두렵고 긴장됐지만, '15차 면접' 같은 정신이 아득해질 표현이나 죄책감을 흐릿하게 만드는 문서 위조자, 쌓여가는 고지서, 암울한 분위기가 합쳐져 점점 마음이 무뎌진다.
특히 면접에서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하게 되면서 점점 서류상의 캐릭터가 사람이 아닌 어떤 평가 되는 물건처럼 비춰진다. 물론 현실의 면접과는 사뭇 다르겠지만, 실제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필요한 스펙과 제한 사항에 걸맞은 인재를 다루는 과정은 각박하면서도 기이하게 그려졌다. 일부 캐릭터는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합격을 요구하지만, 플레이어에게 보상이 주어지지 않기에 쉽게 무시하게 된다.
▲ 나도 살아야만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세밀하게 살피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면접 과정 자체도 삭막함을 넘어 마치 진열대에 상품을 놓듯 단순 작업처럼 그려진다. 면접에 탈락한 캐릭터는 각자 "다음에는 더 잘 위조하겠다", "제가 많이 부족하네요", "제가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다음 생에는 부모 잘 만나야겠네요" 등 상호작용을 시도하지만, 면접 기계 장치에 가까워진 주인공에게 그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더 우울한 점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본인이 더 숙달될수록 이 반복 작업이 더 빠르게 끝난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 최소한의 상호작용도 없이 누락된 문서 하나, 부적절한 단어 하나에 결정되는 시간이 점점 더 단축되는 셈이다. 초기에는 하루에 10명의 지원자도 보기 힘들었으나, 나중에는 20명의 지원자를 처리하고도 해가 지지 않는다. 그런 반복 작업 도중 문득 고통스러웠던 면접 및 취업 과정이 떠오르면, 약간의 자기 혐오와 함께 게임을 멈추게 된다.
▲ 더 무거워지는 책임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암시장, 물건 사도 될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본주의와 인간에 대한 씁쓸한 이야기
이렇듯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자본주의와 인간 본질에 대한 비판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름이 사라지고 번호로 대체된 인류, 그럼에도 남아있는 지역 갈등, 정의로운척 하지만 본질은 동일한 항주와 공도의 회사 등 어긋난 미래 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가 칙칙하게 그려진다.
이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반부터 등장하는 '붕괴수치'다. 플레이어는 하루 업무를 마무리하면 '붕괴 수치'라는 일종의 정신적인 문제가 쌓인다. 이것이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플레이어는 사회에서 격리된다. 일부 면접 구간에서는 지원자의 붕괴수치를 확인하기 위한 정신감정 결과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런 불안한 사회상은 게임에 등장하는 일종의 커뮤니티인 '시티 포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번역이 우수한데, 실제 한국 커뮤니티에서나 볼 법한 '오늘부로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일심동체가 된다', '하루만 기다리면 나와요', '삣삐', '절대 검색하지 마' 등이 적절하게 번역됐다. 그 가운데 현실의 AI 활용 문제, 지역 갈등, 유저 간 분쟁, 차별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며 세계관을 확장한다.
▲ '여름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멘토인척 하는 이상한 면접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플레이 사이사이 유머 요소가 등장하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면접 자리에 생일 케이크를 들고 오거나, 기계 면접관인 척 모니터 헬멧을 쓰고 오거나, 인터뷰에서 성의 없는 답변을 한 일부 인원에게 전기를 발사해 '개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 다시 끝이 없는 면접자들과 상대하다 보면 주인공과 동화되어 마모되는 현대인을 경험할 수 있다.
그 백미는 후반부 사내 면접에서 정점을 찍는다. 특정 시점이 지나면 플레이어는 취업 면접이 아니라 퇴사 면접을 진행한다. 초기 퇴사 면접은 연령, 자의식, 신분 등을 중점으로 본다. 연령과 자의식부터 기계 부품 같은 구성원을 요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이후에는 평균 봉급 제한도 더해진다. 이들에게 불합격 판정을 내리며 냉혹하고 차가운 자본주의 기업의 단면도 확인할 수 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차가운 디스토피아 도시의 면접관을 잘 묘사한 시뮬레이션게임이다. 면접관이 되어 타인을 떨어뜨리는 과정에서 변해가는 플레이어 본인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특유의 밈 번역이 웃음을 전한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면접 과정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지고, 플레이타임도 늘어진다. 전반적인 플레이 타임에 대한 조정이 요구된다. 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