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스팀에서 가장 인기 없는 태그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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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의 '태그' 시스템은 장르, 그래픽, 스토리 등을 기반으로 게이머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아주는 거대한 추천 엔진 역할을 한다. 최근 주관적이고 모호한 태그들이 대거 정리되었으나, 정체성은 뚜렷하지만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비인기 태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본격적인 폭염 속 피서를 즐기는 게이머들을 위해, 스팀 상점 최하단에 묻혀 있는 대표적인 비인기 태그 5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이럴 때일수록 에어컨 밑에서 스팀 상점 뒤적거리는 게 진정한 게이머의 피서인데, 새로운 게임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태그' 시스템이다. 스팀 태그는 단순히 장르를 나누는 꼬리표가 아니라, 게이머들의 집단지성이 빚어낸 거대한 추천 엔진에 가깝다. 개발자와 유저들이 장르, 시스템, 그래픽, 스토리, 소재 등을 태그 형식으로 게임에 달아놓으면, 그것을 클릭해서 내 취향에 맞는 게임을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인기 태그들이 상점 메인을 장식할 때, 검색창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비인기 태그들도 존재한다. 최근 들어 주관적이고 모호한 태그들을 대거 삭제하긴 했지만, 여기 소개할 비인기 태그들은 나름 뚜렷한 정체성이 있어 지우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누군가 찾지도 않는 계륵 같은 존재들이다. 과연 스팀 상점의 심해에는 어떤 비인기 태그들이 잠들어 있을지, 밑바닥 5종을 싹싹 긁어모아 봤다.

TOP 5. 배구(Volleyball, 43개)

5위는 고작 43개의 게임이 선택한 '배구'다. 축구나 농구가 매년 돈갈퀴로 돈을 쓸어 담는 스포츠게임 시장에서, 배구는 유독 찬밥 신세다. 가장 큰 이유는 공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경기 룰 때문이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버튼을 꾹 누르는 쫄깃한 손맛 없이, 낙하지점을 찾아 타이밍 맞게 버튼을 끊어 치기만 해야 하니 조작이 꽤 어렵고, 리시브, 토스, 스파이크라는 3단 패턴도 고정되어 있어 자유도 측면에서도 제약이 크다.

카메라 시점 잡기도 기획자들의 혈압을 올리는 주범이다. 코트를 수직으로 보면 거리감이 왜곡되고, 측면으로 잡으면 캐릭터 조작 방향이 꼬여버린다. 게다가 그 좁은 코트 안에서 내가 조작하지 않는 AI들과 블로킹과 커버 플레이를 유기적으로 해내야 한다니, 개발은 어렵고 구매층은 적어 가성비가 최악이다. 오죽하면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배구 게임이 '피카츄 배구'겠는가. 비인기 장르의 서러움이 스팀 태그에도 뚝뚝 묻어난다.

정통 배구 게임 보다는 오히려 캐주얼 게임이 더 인기가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정통 배구 게임 보다는 오히려 캐주얼 게임이 더 인기가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TOP 4. 럭비 (Rugby, 37개)

4위는 태그 수 37개를 기록한 '럭비'다. 럭비는 배구 못지않게 스포츠게임 시장의 개척되지 않은 황무지 종목 중 하나다. 미식축구 게임인 '매든 NFL'이 북미 시장을 씹어 먹는 것과 비교하면, 럭비의 초라함은 더욱 뼈아프다. 럭비는 경기 중단 없이 인플레이 시간이 길고 선수들이 뒤엉키는 럭이나 몰 상황이 수없이 발생하는데, 수십 명의 거구들이 부대끼는 물리 엔진을 어색하지 않게 구현하는 건 개발자 입장에선 거의 재앙에 가깝다.

상업적인 이유도 게임사들의 지갑을 닫게 만든다. 럭비는 영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국기 대접을 받지만, 세계 최대 게임 소비국인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는 철저한 비주류 스포츠다. 대형 시장에서 안 통하니 글로벌 거대 퍼블리셔들이 수백억 원 이상의 개발비를 부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라이선스도 협회마다 파편화되어 있어 EA 같은 공룡 기업도 일찌감치 손을 뗐다. 심지어 몇 안 되는 럭비 게임사들도 어차피 검색 안 할 '럭비' 태그 대신 '스포츠' 같은 인기 태그만 욱여넣으니, 영원히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미식축구의 흥행과 대비되는 럭비의 눈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미식축구의 흥행과 대비되는 럭비의 눈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TOP 3. 동물원 (Zoo, 33개)

3위는 33개 게임에만 달린 '동물원'이다. 주 타이쿤 시리즈로 시작해 플래닛 주로 이어지는 훌륭한 족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태그의 인기는 처참하다. 스팀에 'Zoo'를 검색하면 수백 개의 게임과 DLC가 쏟아지는데, 정작 이 '동물원' 태그를 훈장처럼 단 작품은 10분의 1 수준이다. 시뮬레이션의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하는 소재임에도 굳이 구체적인 태그까지 붙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실제로 '동물원' 태그를 달지 않은 동물원 게임들을 보면, 검색 유입이 빵빵한 '경영', '샌드박스', '도시 건설' 같은 메이저 태그를 달아두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동물이 나오는 게임이라고 해서 꼭 동물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야생이나 국립공원 배경인 게임도 있으니... 굳이 사람들이 '동물원' 게임을 찾을 이유도 없는 법. 결국 '동물원' 태그는 대형 카테고리에 편입되지 못하고 변방을 맴도는, 멸종 위기종 같은 꼬리표가 되어버렸다.

동물이 나온다고 다 동물원은 아니니까요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동물이 나온다고 다 동물원은 아니니까요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TOP 2. 스누커 (Snooker, 29개)

2위는 다소 낯선 이름으로, 29개 게임이 등록된 '스누커'다. 스누커는 19세기 후반 영국령 인도에서 파생된 당구의 일종인데, 한국에서 유명한 3구나 4구 당구, 혹은 포켓볼과는 다르다. 일단 당구대 크기부터 일반 테이블보다 큰 규격이고, 22개의 공을 쓴다. 빨간 공 하나 넣고 색깔 공 하나 넣는 방식을 반복하는, 포켓볼과 비슷하면서도 별개로 분류되는 스포츠다. 한국에서는 전용 당구대를 갖춘 곳도 거의 없을 지경이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영연방 국가를 중심으로 나름 메이저급 당구 종목이라고.

다만, 게임에서는 인기가 덜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특유의 난도다. 당구란 모름지기 '뽀록'이라도 맞추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스누커는 테이블은 광활한데 공은 작고 수도 많으니 장애물 피해 한 번 제대로 치기도 벅차다. 그리고 상위 태그인 '당구(Billiards)'가 떡하니 있는 상황이다 보니, 스누커 태그를 단 게임이 더욱 적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만드는 사람도, 컴퓨터로 즐길 사람도 극소수다 보니 심해로 가라앉은 비운의 태그라 하겠다.

게임으로 할 거면 그냥 당구나 포켓볼이 더 수요가 높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게임으로 할 거면 그냥 당구나 포켓볼이 더 수요가 높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TOP 1. 리부트 (Reboot, 19개)

대망의 인기 없는 태그 1위는 고작 19개 게임만 선택한 '리부트'다. 리부트란 컴퓨터를 재부팅하듯 시리즈의 꼬인 세계관과 설정을 싹 밀어버리고 새롭게 판을 짜는 프랜차이즈 심폐소생술이다. 올드 팬들에겐 익숙한 IP의 신선함을 주고, 뉴비들에게는 어차피 처음으로 돌아갔으니 이참에 입문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의 '툼 레이더'나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엑스컴' 같이 성공적으로 시리즈를 부활시킨 굵직한 명작들이 이 태그를 달고 있다.

그런데 이 태그가 왜 1위일까? 일단 이 태그를 달기 위한 조건이 매우 험난하기 때문이다. 일단 원작 IP가 있어야 하고, 나름대로 인지도가 높지만 시리즈를 지속해나가기 어려운 모종의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리메이크나 리마스터가 아닌 리부트라는 길을 택해야 하는데, 여기엔 거액의 개발 리소스를 갈아 넣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진다. 이런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게임사와 IP가 몇이나 되겠는가. '리부트'라는 상징성 때문에 태그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막상 쓸 수 있는 게임은 손에 꼽히는 스팀 상점 최고의 희귀템이 되어버렸다.

유명하지만 왠지 아쉬운 원작의 존재가 필수적인 리부트 게임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유명하지만 왠지 아쉬운 원작의 존재가 필수적인 리부트 게임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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